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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중간에 버티고 있는 이 땅 때문에 인근 상권까지 죽었다. 시행사의 입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가 개발 좀 한다는 시행사들은 다 덤벼들었다. 그러나 4필지로 나눠져 있는 토지 매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땅주인들의 요구를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사가 급한 땅 모양새도 개발이 쉽지 않은 요인이었다.
영원히 개발이 안될 듯한 땅이 ‘임자’를 만나 다시 태어났다. 상가전문 디벨로퍼 소린의 박영순 회장이 그였다. 버려진 땅은 솜씨 좋은 디벨로퍼를 만나 새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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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십 개의 시행사가 땅을 사려다 손들고 나간 이곳의 부지를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궁금했다. 박 회장은 다른 시행사들의 전략과는 다른 방법을 취했다. 일반적으로는 도로에 면한 땅을 먼저 사고 뒤에 맹지를 사들이지만 박 회장은 역으로 땅을 사기 시작했다. 그는 “면적이 넓은 맹지를 먼저 싸게 사면 도로를 면한 땅은 면적이 작았기 때문에 가격을 더 주고 사도 토지매입원가는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계산이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또 “마지막 필지의 주인이 일주일 마다 평당 100만원씩 땅값을 올려서 부르고, 계약서 도장 찍다가 말고 사라지는 등 실랑이가 이어졌지만 내심은 부르는 대로 주고 살 생각이었다”며 “땅을 사는데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부지를 확보하고 나니 경사지와 야산이라는 입지여건이 문제였다. 덤프트럭 1,300대로 흙을 퍼 날라 야산을 들어냈지만 5m에 달하는 경사는 또 다른 골치였다. 지하 1층~지상 2층 3개층의 층고를 높이는 방식으로 경사지를 극복했다.
설계에서 박 회장이 역점을 둔 것이 주차장과 건물 디자인이었다. 근린상가 개발사들은 당장 드는 비용 때문에 주차장 건설이나 건축미를 살린 디자인에 인색하다. 그러나 고급 음식점, 스크린골프장, 병원 등 임대료가 비싸고 안정적인 고급 업종을 입점시키기 위해서는 주차장이 필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박 회장은 이 상가에 약 90면의 주차장을 넣었다.
상가 디자인 역시 박 회장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그는 평소 핀터레스트에 특색있는 국내외 상업용 건물 사진을 한가득 넣어 놓고 연구, 또 연구한다. 멋진 상가를 설계해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아 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길에서 특색있는 상업용 건물을 보면 그 건축가를 수소문해 찾아간다. G플레이스 용봉 역시 그렇게 찾아낸 건축가에서 설계를 맡겨 탄생했다. 4전년부터 소린이 개발하는 프리미엄급 상가에는 ‘G플레이스’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그만큼 설계와 외장, 실내마감 등을 고급화하고 있다. 깔끔하고 예쁜 상가일수록 손님들이 선호하고 그래야 입점한 상가의 영업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는 “최종 소비자인 임차인의 니즈를 맞춰야 좋은 상가”라면서 “임차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손님들이 선호하는 장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회장은 상가건물을 전면 인도에서 2미터 후퇴시켜 그 만큼 테라스를 넣었다. 상가건물은 도로와 최대한 가깝게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그 만큼 외부 인테리어 공간을 입점업체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건물 외관도 발코니와 벽체를 기울여 지그재그로 비틀어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2층 이상 전 점포에도 테라스를 설치해 여유공간을 제공하는 등 기존 근린상가에서 보기 드문 고급스런 설계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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